인간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숙하게 됨에 따라 사춘기를 거쳐, 적정한 연령에 이르면 이성을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고, 그 사랑이 무르익으면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쳐 자신들의 선택과 합의에 따라 2세인 아기를 낳게 되고,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 가정의 일원이 된 새 아기는 부모의 호기심, 관심, 사랑, 무관심, 미움, 질책, 비난 등의 여러 가지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대부분의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아기를 세상 그 어떤 아기보다도 잘 키워보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부모”라는 역할에 임하게 된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 자칫 방심했다가는 기존의 타성이나 관습에 얽매이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부모로써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고, 아이를 잘 키우려는 마음과 아울러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키우려면 다음에 제시하는 몇 가지 지침들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자신이 양육 받은 방식에 대해 항상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통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기를 양육하는 방식은 자신이 어린 시절에 양육 받아온 경험과 많이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부모에게서 너무나 많은 관심을 받아오면서 자란 부모는, 그런 지나친 관심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자식에게는 그런 부담을 주지 않고 자유롭게 키우려는 마음으로 오히려 무관심을 보일 수 있기도 하다. 반면에, 부모에게서 애정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아기를 무조건 허용하고 물질적으로 충족시켜줌으로써 자신의 아동기 결핍을 보상하려는 반대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즉, 자신이 부모에게서 양육 받은 방법이 싫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인 반대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지나친 양극단의 예처럼 보여 지기도 하지만, 이처럼 자신이 자신의 부모에게서 양육 받아온 양식은 자신이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 있어서 여러 가지 양상으로 부작용을 낳게 하는데 아주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나, 아기라는 존재는, 부모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기는 했지만, 부모 자신들의 소유물이 아니고 또 다른 인격을 가진 객체이다. 따라서 그 존재 자체의 본성대로 존중받고 키워져야 하는 자연의 섭리가 있다.
둘째, 자녀에게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똑같은 꽃을 2가지로 나누어 키웠는데, 한 꽃에게는 잘 자라라는 관심을 갖고 기쁜 마음을 전달하면서 물도 주고 키운 반면에, 다른 꽃에도 똑같은 물과 거름을 주었지만 그런 마음을 나누어주지는 않았다. 결국, 기쁜 마음을 갖고 기른 꽃은 더 잘 자랐지만, 그렇지 않았던 꽃은 금방 시들해져 버렸다는 일화가 있다. 일개 식물에게도 애정으로 다루어진다는 것이 다른 결과를 낳게 하는데, 한 개인에게는 그러한 마음이 그 사람의 행동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랑이 없이는 사람은 정서적으로도 발달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체적, 지적 능력도 발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녀에게 애정과 관심을 주는 과정에서, 부모들은 하나의 오류에 빠지게 되기가 쉽다. 무조건적인 애정을 준다는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자녀의 모든 행동을 다 받아주기만 하여 일명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게 되기가 쉽다. 자녀에 대한 일관성 있는 애정을 갖고,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나 거친 행동에 어느 정도의 한계를 정해 준다면, 아이 스스로 상황에 적절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에 대한 기준을 내면적으로 익혀갈 수가 있다.
셋째,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려면,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아동 상담 기관과 같은 곳에 찾아와서, 아이의 문제를 상담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너무 자신감이 없다고들 술회한다. 그러나 아이가 정말로 자신의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 그 보다는, 아이의 능력 이상으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게 되다 보니까 항상 못해 보여서 칭찬에 인색해지는 부모들, 아이가 어리다고 과잉보호 하다가 어느 연령에 이르러 갑자기 아이 스스로 하기를 바라면서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 또는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자율훈련의 기회를 박탈하고서도 아이의 미숙함을 참지 못해 계속하여 간섭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그로 인해 아이는 더 기가 죽게 되고 자신감 없는 상태에 빠져 있게 된다.아이는 태어나면서 많은 것들을 스스로 느껴보고 경험하게 된다. 새로운 사물과 상황에 대한 자유로운 탐색과 그것을 자신과 관련시켜 보려는 아이 자신의 스스로의 활동의 시도는 아이의 무궁한 자발성에 의해 추진되어지고 존중되어질 때, 더 많은 행동으로 능동적으로 확대되어 진다.
넷째,적절하지 않은 행동(공격 행동, 난폭 행동 등)을 못하게 하려면, 체벌보다는 긍정적인 강화물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이에게 매를 들거나 부정적인 처벌을 하는 것은 아이에게서 보여 지는 그 행동을 일시적으로 안 하게 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데에 있어서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즉 순간적인 체벌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부모를 안심시킬 수도 있으나 지속적으로 행동을 사라지게 하는 데는 덜 효과적이다.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는 그런 행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제지보다는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왜 했는지에 대해서 먼저 물어볼 수 있는 여유와 그런 행동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보는 과정이 한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연후에, 아이가 자신의 거친 행동을 좀 더 상황에 적절하게 시도했을 때(참는다거나 욕구충족을 지연시키는 경우), 인내에 대한 지지와 칭찬,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격려 등은 아이의 자기-조절감을 훨씬 더 향상 시키게 되고 긍정적인 자기-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덧이다. 행여, 긍정적인 강화물이 물질적으로만 보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심리적인 지지가 수반되지 않은 물질적인 보상은 그 자체의 기능을 희미하게 할 수 있다. 아이가 어린 경우에는, 물질적인 강화물이 아이에게 보상의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으나, 차츰 언어적이고 비물질적인(애정적인, 심리적인) 강화가 더 높은 수준의 강화라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만나온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는 하나의 또 다른 인격체라는 의식이 희박한 경우를 종종 대면하게 된다. 하나의 인격체라는 생각을 덜 하게 되니까, 아이 스스로 행해 보이는 행동자체를 의미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아이에게 부모의 생각대로 지시하고 행동하게 하여 마치 자신의 분신을 만들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아이가 나타낼 수 있는 많은 가능성, 창의성, 자발성은 덜 발달되어 놓치게 되고 오히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도대체 의미 없는 그런 행동일지라도, 아이의 행동 이면에는 수많은 이유와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어서 나온 행동들이다. 부모의 의견과 상치되는 아이의 행동으로 아이와 갈등이 생기면 생길수록, 그럴 때는 충분한 이야기가 필요한 때이다. 아이와 이야기할 때는 여유 있는 태도와 무조건적인 수용자세가 필요하다. 아이의 마음을 받아들이려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아이와의 대화가 자칫 잘못하여 아이를 추궁하거나 부모의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식으로 변질되어 버린다면,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수용 받았다는 느낌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아이의 행동 이면에 숨어있던 의도에 대해 알게 된 이후에, 부모의 여러 가치관이 담긴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다.
여섯째,자녀와 감정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건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나눈 기회가 많지 않다면,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역시,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보게 될 때, 행동의 옳고 그름만을 판단하려고 하기 보다는 어떤 기분이었는지-얼마나 속상했었는지,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얼마나 기뻤는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얼마나 풍부하느냐는 부모와의 애정적인 유대감과 많이 관련된다. 부모와의 애착관계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수용 받게 되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자유롭고 융통성이 있게 되어서 자신의 감정을 알고 표현하는 데 덜 주저하게 될 것이다.
일곱 번째, 건강한 부부관계는 아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된다.
아이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대인관계는 부모이다. 그 중, 부모-자녀간의 관계가 일차적이지만 아이에게 보여 지고 느껴지는 부부간의 관계는 아이가 ‘나’ 이외의 다른 대상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환경인 셈이다. 내가 만난 어떤 아이는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타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를 만났더니 역시나 아이에게 감정표현 보다는 합리성에 의한 행동을 강조하였고, 행동의 이면에 숨어있는 감정을 알려고 하기 보다는 행동의 결과만을 보고 직접적인 비판이나 비난을 더 많이 하는 어머니였다. 결국 아이는 자꾸만 자신감도 잃고, 사회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들 부부의 불화는 아이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부모가 서로 싸울 때마다, 잠도 못 자고 부모의 눈치만 보느라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부모도 아직 성숙해가는 과정 중에 있으므로, 싸우게 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싸움을 하더라도 그것을 서로 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아이가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었다. 또한, 부부간의 문제는 그것만으로 다루어져야 하는데, 아이에게 애정을 주는 문제와 연관되어 확대되기 때문에 아이의 불안감을 증대시킬 수 있다. 부부간의 불화가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내 부모가 조금 싸울 때는 있지만, 그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서로 사랑하고, 부모의 싸움과 상관없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런 기본적인 신뢰감이 쌓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기술한 일곱 가지 지침 외에도 부모-자녀 관계에서 숙고해봐야 할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단지 여기에서 기술한 것은 몇 가지에 불과하다.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는 아주 소중하고 唯一의 관계이기 때문에, 자녀와 문제가 생겨 갈등이 심화되어도 끊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애정을 갖고 한 발 물러서서 지켜봐주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혼자 해결해보려는 자율성과 자기-의지감을 갖게 할 것이다. 또한 한 인간으로써 ‘부모 자신’에게 ‘자녀양육’ 이라는 과업이 주는 성취감이나 좌절감은 또 다른 성숙으로의 과정이기도 하다. 자녀로 인한 어려움이 생기면, 그것을 나만의 어려움으로 생각해서 혼자만 간직하지 말고 다른 이웃이나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또 다른 지혜를 얻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부모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공통 관심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 훨씬 더 안심되고 격려가 될 것이다 . 또한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아이와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을 때에는,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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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에 대한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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